소설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봤는데, 원작만 한 드라마가 없다는 편견을 깬 드라마가 탄금입니다. 원작이 서사적이라 좀 건조하다면 드라마는 인물들의 정서를 잘 각색하여 보여준 작품인 거 같습니다.
이에 결말도 조금 다르지요... 오히려 거북이를 통한 열린 결말을 보여준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홍랑의 죽음을 직접 보여주는 비극이지만 홍랑과 재이의 감정선이 아름다워 마냥 슬프고 화나지만은 않는 그런 결말입니다.
진짜 홍랑이 죽게 된 이유나 심무진의 진심, 민연의와 심열국의 결말 또한 소설보다 드라마가 더 맘에 들었답니다^^
진짜 홍랑의 유골이 마당 우물바닥에서 발견됩니다. 민연의가 4일 후에 재이를 죽게 하는 굿을 한 후 그 원혼인형을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걸 본 어린 홍랑은 누나인 재이를 살리기 위해 그 원혼인형을 없애려 올라가다 떨어져 돌에 머리를 찧고 죽은 거였습니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을분 어멈이 사람들을 부르러 간 사이, 민연의를 보러 오던 귀곡자가 이를 눈치채고 하인에게 시체를 마당 안 우물에 던지라 명합니다. 돌아와 홍랑의 시체가 사라진 걸 본 을분 어멈은 사실을 밝히면 자신이 오해를 받을 걸 두려워하여 함구하고 있었네요.
끝까지 홍랑이 그렇게 죽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민연의 대신 집 뒷동산에 홍랑의 유골을 묻어주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재이 옆으로 가짜 홍랑 즉 휘수가 다가옵니다.
휘수: 미안하다 네 이름을 멋대로 빌려 살아서.. 대신 네가 죽기까지 아꼈던 누이는 내가 지킬게, 내가 끝까지 지켜줄게.
재이: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보내 줘야 할지
휘수: '안녕'이라고 하자. 만날 때도 '안녕'. 헤어질 때도 '안녕'. 헤어질 때 '안녕'은 만났을 때 '안녕'을 되뇌는 거야. 만났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러니까 지금 네가 해 주는 '안녕'은 '꼭 다시 만나자'.
신이 되기 위한 제를 지내기 위해 또다시 아이들의 등에 부적을 새기는 한평대군. 심무진에게 자신의 제를 망친 검계단을 몰살하고 홍랑을 잡아오라 명령합니다.
자신들만의 거처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던 휘수와 재이. 많이 아팠겠다, 부끄러워야 할 사람들은 널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라며 위로하는 재이에게 휘수는 그래도 흔적이 자기에게 남아 있기에 수치스럽고 부끄럽다 대답합니다. 하지만 재이는 '지워지지도 잊혀지지도 않아도 돼, 이렇게 바라봐주고 알아주고 아껴주면 돼'라 토닥이지요. 잠든 휘수를 바라보던 재이는 휘수의 몸에 번진 발진을 발견하고, 휘수는 점점 눈이 보이지 않지만 재이를 걱정시키기 싫어 함구합니다. 재이도 휘수도 이때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듯...
휘수 몰래 휘수를 살릴 약이 있는지 찾기 위해 마을로 내려온 재이. 그녀 앞에 나타난 심무진은 휘수는 곧 죽게 될 테니 재이를 지켜줄 수 없다 말합니다. 심대방이 아이들의 몸을 화지로 만들기 위하여 백반이나 비소 같은 걸로 피부를 하얗게 표백했기에 그 독성이 몸에 쌓여, 폐부가 망가져 숨을 제대로 못 쉬거나 몸이 굳거나 발작을 하거나 눈이 상해서 앞을 못 보기도 한다고 말하지요. 그렇지 않다 부인했지만 재이는 점점 그런 증상들을 보이는 휘수를 보며 마음 아파합니다.
검계단의 본거지를 습격한 심열국은 끝끝내 꽃님이를 다시 자기 손으로 찌르는군요. 심열국의 칼에 찔린 단주 꽃님이는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고, 심무열은 역시 휘수를 찾기 위해 온 심무진과 마주칩니다. 한평대군에게 줄을 대기 위하여 심무열과 심무진이 대결하고 있는 것이지요.
뒤늦게 검계단이 당한 걸 본 휘수는 재이에게 자기가 가봐야겠다 말합니다. 아픈 몸으로 어쩌려는 거냐는 재이에게 '더 나빠지기 전에 뭐라도 할 수 있을 때 가야 하는 거'라고 휘수는 대답합니다.
휘수: 그들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너도 나처럼 끊임없이 헤매고 쫓기며 살아야 돼. 널 지키려면 가야 해. 내가 널 지킬 수 있게 해 줘. 반드시 돌아올게, 재이야. 약속해.
재이: 그래, 다녀오자. 다녀오면 그때부터는 오롯이 너와 나 둘로 살자.
휘수: 조금만 더 일찍 사랑했더라면 좋았을 걸.
재이: 그래... 그랬으면 그 의미 없던 하루하루가 다 추억이 되었을 텐데. 다녀오면... 그때부터는 영원토록 곁에 있어 줘야 돼.
휘수: 어떻게든 네 곁에 머무를게.
하지만 포옹하고 있는 휘수와 재이의 표정은 영원을 약속한 연인들이라기에는 너무나 슬프네요...
한평대군의 집으로 가기 전, 민연의가 숨겨놓은 분재기를 가지러 온 휘수. 떠나기 전 휘수는 민연의에게 자신은 홍랑이 아니며 네가 죽이려 했던 꽃님이의 아들이라 말합니다(양자도 아들은 아들이니 모...^^) 또한 꼭 살아서 버려지는 게 어떤 건지, 잃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느껴보라고 엄포를 높은 후 떠납니다.
그 사이 재이는 심열국의 치부책을 가지고 심무열의 죄를 관아에 고변합니다. 하지만 관아도 이미 심무열의 세력... 배신감을 느낀 심열국은 재이를 한평대군에게 넘기지요. >.<
심무진은 휘수를 유인하기 위하여 재이의 세력인 거지들을 한편대군의 집으로 잡아갑니다. 하지만 이미 재이를 잡아다 놓은 한평대군은 심무진에게 '자기의 부적인 휘수가 저 요망한 잡귀 때문에 본분을 잊고 날뛰게 된 거'라며 '헛된 미련을 두지 않게 머리와 심장에 말뚝을 박으라'라고 명합니다.
꽃님이는 남은 검계단을 이끌고 심열국을 습격하고, 다 민여의가 꾸민 짓이라며 평생 자기의 사랑은 너뿐이었다는 심무열에게 주저 없이 총을 쏩니다.
재이를 데리고 도망치던 무진은 한평대군의 수하들에게 칼에 찔린 후 재이에게 '이렇게라도 멈출 수 있어 다행이다, 그저 네가 오라버니라 부르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었는데... 미안하다'는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기지요. 무진의 수하가 와서 무진은 수하와 함께 떠나고, 재이는 휘수의 부하와 몸을 피합니다. 풀려난 거지들은 잡혀있던 아이들을 구해서 달아나고... 휘수는 고문당한 채 인휘를 발견합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휘수에게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어 보인 후 눈을 감는 인휘. 재이 앞에서 죽으면 재이가 맘 아플까 급소를 피한 척 자리를 떴던 무진은 재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죽음을 맞습니다.
재이에게 곧 따라갈 테니 수하와 몸을 먼저 피하라던 휘수는 중독증상에 곧 몸을 가누는 게 힘들어지고, 한평대군을 찾아내 왜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를 묻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참 헛소릴 하는 것들은... 얘도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네요.)
한평대군: 나의 대사는 사사로운 야심이나 탐욕에 의한 것이 아니다. 만민을 향한 애끓는 성심이다. 내가 신이 되어야 이 나라가, 온 세상이 평안해진다는 말이다.
휘수: 그냥 등신이었네. 그냥 추하게 미친놈이었어. 뭣도 아닌 게 뭐라고 되고 싶어서 만든 개 같은 망상. 넌 우리를 산채로 죽였어.
한평대군: 안다, 내가 어찌 모를까. 내가 너희의 주인인데.. 내 속히 부적을 다시 그려내서...(서걱! 휘수에 의해 양손이 잘린 한평대군)
한편대군의 수하들을 처리한 휘수는 한평대군에게 다가갑니다.
한평대군: 이 숨이 끊어진다고 끝날 것 같으나? 너의 몸에 내 영과 혼을 새겨 넣어왔다. 나는 내내토록! 너와 살아갈 게야. 그뿐이겠느냐?. 나의 고결 무궁한 작화들이 남아 있는 한 대사를 이을 신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나는 너와 함께 살아 숨 쉬며 나의 대사가 이어지는 것을...(서걱! 휘수는 한평의 머리를 벱니다.)
죽어가면서도 돌아선 휘수의 등 즉 자신의 부적이 훼손된 것에 오열하는 한평대군. 넘 징그럽네요.
모든 일을 마친 휘수는 재이에게 돌아오지만... 이미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몸도 가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이는 달려와 쓰러지는 휘수를 받아 안고...
휘수: 네가 날 지켰어. 이 모든 게 끝나고 나면 이 몸도 없애려고 했거든. 이 더러운 걸 태우거나 뜯어내지 않고서야 벗어날 수 없을 거 같아서. 죽지 않고서야 사람이 될 수 없을 거 같아서. 근데 이제 됐어. 다 괜찮아졌어. 네가 날 사람으로, 사내로 만들어 줬으니까. 이 밤이 유난히도 길다. 언제쯤 날이 밝으려나...
재이: 힘들면 좀 쉬어도 돼. 한숨 자고 일어나.
휘수: 너무 오래 자면 어쩌지? 널 또 기다리게 해야 하잖아.
재이: 괜찮아. 꿈낄 따라 걷고 걷다가 너무 멀어져도, 돌아와. 돌아오기만 하면 돼.
휘수: 더 이상... 네가 보이지가 않아
재이: 보이지 않아도 있어
휘수: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세상에 너만 있는 것 같아. 너만은 더 또렷하게 느껴져.
재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비가 오는 날에 별이 보이지 않잖아. 그렇다고 별이 없어진 게 아닌 거처럼. 좀 긴 장마가 지나고 있다고 생각할래. 그리고 언젠가 맑게 갠 날, 밝게 빛나는 별처럼 돌아와 주면 돼.
휘수: 그럴게. 이제 이제 어디로 가지?
재이: 난 내 자리로, 넌 네 자리로
휘수: 어디?
재이: 난 네 곁에, 넌 내 곁에. 지금처럼.
휘수: 다행이다. 서로 있어야 할 곳에 있어서, 우리.
재이: 이대로... 머물면 돼.
휘수: 이대로?
재이:우리 이제 뭐 할까? 할 거 많잖아 아무것도 해 본 게 없으니까. 뭐부터 하지? 햇살이 좋으니 뱃놀이 나가볼까? 달맞이도 하고, 길게 이어진 돌담길도 같이 걷고 싶어. 그네도 뛰고 싶어. 높이높이 날 수 있게 밀어줘. 그리고...
재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휘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며 재이의 손을 잡고 있던 손도 툭 떨어집니다. 그런 휘수의 손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재이는 결국 휘수의 등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립니다..
어느 맑은 날, 상단주가 된 재이는 행수들을 이끌고 상단 이곳저곳을 살피며 연고를 잃은 아이들을 거두고, 정신줄을 놓은 민연의는 아드님만을 기다리며 귀곡자의 수발을 받고 있군요.
예의 그 처마 위에 올라 휘수를 추억하는 재이... 휘수의 "재이야" 하는 환청에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돌아보며 "안녕"하고 인사하는 재이 위로 눈이 떨어집니다. 눈꽃이 가득 핀 들판에서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재이와 휘수의 영상과 함께 탄금은 끝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