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막내가 진짜 좋다며 읽어보라 놓고 간 책. 스토리 있는 두꺼운 소설을 좋아하기에 산문 처세술 등 호흡이 짧은 글은 안 좋아하는데 막내의 안목을 믿으며 읽기 시작한 책은 이제 옆에 두고 수시로 꺼내 읽는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에는 공감해도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도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잘 지냈어?"가 아닌 "요즘 마음이 어때?"라고...
읽고 또 읽어도 "그렇지, 그래야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 같이 힐링하고 싶어 남깁니다^^
1. "엄마는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지... 내가 얼마나 참다가 때렸는데. 엄마도 나보고 잘못했다고 하면 안 되지"
학교에서 다툼 때문에 선생님께 혼나고 집에 와 엄마에게 얘기했던 아이에게 엄마가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면 하는 말. 그러게요... 네 마음이 속상했겠구나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 일상에서 자꾸 잊어버리게 됩니다.
상대의 상처나 아픔을 정신과 의사들은 진단명으로, 일반인들은 감정을 정리하거나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루는데, 적정심리학은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함으로써,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치유'를 시도합니다. 제목이 '그대가 옳다'인 이유인 거 같네요.
2. '충조평판' 날리지 말고 공감하라.
"그런 생각은 잊어. 너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충조
"그럴수록 네가 더 열심히 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지." -충조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봐." -충조
"그건 너를 너무 사랑해서 한 말일 거야." -평판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니야?" -평판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야. 별다른 사람 있는 줄 아니." -충조평판
작은 고민부터 죽을 듯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나'의 충조평판이 아닌 '그의 말'입니다.
"지금 네 마음은 어떤 거니?"
"네 고통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니?"
대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존재에 주목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이라 합니다.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하는 곳, 즉 내 감정 내 느낌을 강하게 자극하여 '나'의 안녕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3. 공감의 과녁
- 공감은 그저 들어주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듣는 일이다. 상대가 자신의 지식이나 권위, 신념, 주장에 의지해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체, 내 마음'에 맞춰 속얘기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네요.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 공감의 칭찬과 인정. 예를 들어 아이에게 칭찬할 때 '와우 성적이 그렇게 올랐구나, 참 잘했다"보다는 "성적이 그렇게 많이 올랐구나. 네가 이번에 정말 노력을 많이 했나 보다. 참 애썼어"라고 하면 오른 점수가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에 집중한 것이라 하네요. 즉 외형적인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체,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씀에 대한 반응에 대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외형에 덜 휘둘리며 살 수 있게 됩니다.
- 자기 상처를 이야기하며 새살 같은 건강성 되찾기. 상처가 드러나면 더 불리해지고 더 수치스러운 일이 생길 거라는 피해 경험 때문에 대부분 상처를 꽁꽁 숨기지만, 아팠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느끼는 고통은 회복 중의 고통입니다.
4. 감정이 옳다고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이 내용은 공감의 과녁6에 나오지만 따로 얘기해 보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전면허만 있었다면 트럭을 몰고 경찰청 정문을 들이받고 싶어요. 다 불태우고 나도 죽고 싶어요."라는 말에 "네 맘은 알지만 그래도 아이 생각을 해서라도"가 아니라 "운전면허가 왜 필요해요. 들이받고 말 건데. 면허 없어도 돼요!"라 대답하기.
그녀의 격한 그 말은 '다 부수고 나도 죽겠다'가 아니라 다 부수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말이기에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받아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은 억울함에서 벗어난다고 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는 거, 그 마음이 옳다는 걸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고 없어집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다는 건 아닙니다.
5.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중3 아들. 아들의 담배 심부름까지 해 주는 게 공감이 아니라 아들의 담배 피우고 싶은 그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알아주는 게 공감입니다. 이를 분별하지 못하면 아들의 현실적 요구에 휘둘리며 엄마 자신의 경계를 침범당하게 됩니다.
담배 피우는 거 괜찮다 하지 않았냐, 자기는 미성년자라 담배를 못 사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고 엄마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엄마가 이중적인 게 아니라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엄마는 네가 담배 피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개인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미성년자 흡연에 대해 학교나 우리 사회가 갖는 편견이나 규율까지 엄마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 거기서부터는 엄마가 도울 수가 없네. 그리고 엄마가 네 담배 사다 주는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야." (핵 공감입니다! ^^)
6. 진정한 치유를 가로막는 방해물
- 양자 모두가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양자 모두가 부당한 대우나 불필요한 요구를 받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다정하고 어디에서 전사가 되어야 하는지 잘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딱히 가해자는 없는데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 슬퍼하는 걸 나쁘게 보지만 않아도 누군가의 상처를 말하고 듣는 시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치유적인 경험이 됩니다.
- '우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구두 위에서 간지러운 발가락을 긁는 행위입니다. 내 마음, 내 느낌 등 고유하고 개별적인 존재로서 내 육성에 접근해 가는 것이 제대로 된 관계의 시작점이고 그게 바로 공감입니다.
- 누군가를 이상화하는 건 상대방을 슈퍼 울트라 갑으로 밀어 올리는 동시에 자신은 한없이 미미하고 하찮은 존재로 구겨버리는 일입니다. 떠받들리는 사람이나 떠받드는 사람 모두에게 '자기'를 박탈하고, 모두가 '자기'에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7. 인상 깊은 글귀
- 당신이 옳다. 당신의 감정은 이유가 있어서 생긴 것이다.
-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그 고통을 고치려 하지 않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 상처를 받았다는 감정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을 ‘존중’ 받아야 한다.
- 공감은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아픔의 크기는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안에서 얼마나 무거운가로 판단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주변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참 좋은 안내서가 되는 책인 듯합니다.
라일락향을 담은 바람이 살포시 불어오는 기분 좋은 저녁이네요. 모두 굿 저녁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