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g의 블랙탄 스피츠인 우리 단지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본 후 주기적으로 재감상하는 영화입니다. 4번의 환생을 겪은 후에야 처음의 보호자였던 이든을 다시 만나게 되지만, 각각의 생에서 만난 보호자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위로가 되어준 우리 베일리의 모습은 강아지와 함께하는 보호자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1. 첫 번째 삶
뜨거운 차 안에 방치된 애기 골든 리트리버는 우연히 차 옆을 지나던 이든과 이든의 엄마에게 구조되어 '베일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이든이나 엄마와는 달리 예민한 성정의 아빠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경직될 때마다 이든이는 베일리로 인해 힘을 얻었기에 베일리를 "보스독"라 부르곤 했습니다. 인기 많은 고등학생 풋볼선수가 된 이든은 놀이공원에서 한나를 보고 한눈에 반하는데 이를 눈치챈 베일리의 애교로 둘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든의 팀이 풋볼 경기에서 이기던 날, 알코올 중독자인 이든의 아버지가 축하파티 자리에 찾아오고 평소 이든을 시기하던 토드가 이를 빌미로 시비를 걸다 이든에게 한대 얻어맞습니다. 그날 밤 토드는 이든의 집에 불을 내고, 베일리는 불이 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이든을 깨워 대피할 수 있게 합니다. 목숨을 구했으나 2층에서 뛰어내리다 다리를 다친 이든은 풋볼 선수로써의 꿈을 접고 할아버지 댁에서 살게 됩니다. 계속 잠만 자며 더 이상 베일리와도 놀아주지 앉는 이든을 이해할 수 없었던 베일리. 어느 날 할아버지 댁으로 한나가 찾아오고 망가진 미래에 대한 열등감으로 이든은 끝내 한나와 이별하게 됩니다. 농업학교로 진학하여 가족을 떠난 이든은 항상 함께 가지고 놀던 공기 빠진 럭비공을 베일리에게 던져주고, 이든이 다친 후 처음으로 던져준 공놀이라며 베일리는 이든의 차를 따라가 한번 더 작별인사를 합니다. 이든을 기다리다 신부전에 걸린 베일리는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본인이 아파서 그들을 기운나게 해 줄 수 없음을 오히려 걱정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온 이든을 바라보며, '이든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게 내 삶의 이유인데 이든이 슬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습니다.
2. 두번째 삶
삶이 끝난 줄 알았는데 빛과 함께 다시 시작된 삶에서 베일리는 경찰견 셰퍼드로 눈을 뜹니다. 베일리가 당황스러운 건 이든은 어디 갔고, 본인은 어쩌다 '엘리'라는 암컷 강아지가 되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외로워하는 짝꿍경찰관 카를로스를 위로하며 경찰견 임무도 훌륭히 수행하던 엘리는, 범인을 잡던 중 카를로스를 구하고 총에 맞습니다. 영화는 베일리의 시점이기에, 총을 맞은 걸 '이렇게 끔찍한 주사는 처음'이라 생각하는 엘리를 보며 카를로스는 "넌 착한 개야"라며 흐느끼고 그 목소리에서 베일리는 자기가 잘해냈다는 것에 안도하며 숨을 거두게 됩니다.
3. 세번째 삶
베일리는 이번에는 다리가 몹시 짧고 귀가 큰 귀여운 웰시 코키로 태어나고, 여대생인 마야를 만나 '티노'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마야가 대학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여 외로워하던 날, 베일리는 이든과의 첫 번째 삶에서 개인기였던 꼬리잡기로 마야를 위로하려 하지만 웰시 코키이기에 그 짤막한 꼬리를 잡을 수 없었던 장면은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티노가 공원에서 록시라는 강아지를 따라간 게 인연이 되어 마야와 록시의 보호자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곧 결혼합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티노는 옆에서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마야를 보며, 마야와 그녀가 이룬 가족들과 늘 함께 한 삶은 정말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숨을 거두게 됩니다.
4. 네번째 삶
4번째 생에서 세인트버나드 믹스견으로 태어난 베일리는 히피인 젊은 부부에게 입양되어 '와플'이 됩니다. 하지만 생활이 불안정하고 다소 폭력적이었던 남편은 와플을 집안에서 키우지 못하게 하고 외로이 마당 한구석에서 방치합니다. 얼마 안 되어 트럭에 싣고 나가 유기된 와플은 따뜻하고 익숙한 기차와 이끼, 나무, 말개 냄새를 맡게 되고, 그 냄새를 따라가 예전에 살았던 이든 할아버지의 농장집에 다다릅니다. 이미 중년을 넘어선 이든 또한 모습이 변하였지만 베일리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달려갑니다. 환생한 베일리를 알아보지 못한 이든은 그를 떠돌이 개로만 여겨 보호소에 맡기지만, 그날 밤새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 다음날 바로 보호소에서 베일리를 데리고 나오게 됩니다. '버디'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베일리는 쓸쓸해 보이는 이든을 위해 익숙한 냄새를 다시 찾게 됐는데 바로 첫사랑 한나였습니다.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는 버디의 이름표에서 이든의 이름을 보게 된 한나는 버디의 바람대로 이든을 찾아가고, 한참을 돌아왔지만 이든과 한나는 변하지 않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부부가 됩니다. 그렇게 셋이 행복한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버디가 꼬리 물기 하는 걸 보고 한나는 베일리를 떠올리고, 버디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베일리임을 이든에게 알리고 싶어집니다. 창고 한구석에서 바람 빠진 예의 그 럭비공을 발견한 버디는 그 공을 물고 이든에게 갑니다. 예전처럼 이든에게 던져달라 짖은 후 던져준 공을 엎드린 이든의 등을 타고 뛰어올라 잡는 베일리만의 개인기를 보여줍니다. 드디어 버디가 베일리임을 알아보고 "보스독"이라 불러보는 이든에게 베일리는 기쁘게 짖으며 얼굴을 핥아주고, 이든은 베일리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감격해합니다. 영화는 이든이 베일리의 목에 첫 생의 '베일리'라는 이름표를 다시 달아주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5. 환생을 거듭한 후 베일리가 우리에게 남겨준 특별한 메세지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서 구해주고, 사랑하는 이들을 핥아주고, 지난 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얼굴 찌푸리지 마. 그저 지금을 사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을. 그게 개가 사는 목적이야." (영화 '베일리 어게인' 중)
베일리의 관점에서 보는 세상은 단순하기에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일반적으로 사람을 보호자라 하지만, 실상 마음을 보듬고 늘 내가 괜찮을지를 살펴주는 건 오히려 반려견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따뜻한 체온으로 안아주고 핥아주고 위로하며 경고해 주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축복임이 틀림없습니다.